"물만 마셔도 살쪄요" 정말 체질 탓일까요?
"원장님, 저는 정말 적게 먹는데 살이 쪄요. 물만 마셔도 찌는 체질인가 봐요."
진료실에서 뵙는 많은 분들이 체중 감량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남들보다 기초대사량이 현저히 낮거나, 몸에 무언가 문제가 있어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이 현상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다이어트 실패 원인을 밝힌 한 연구
1992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의학 저널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의미 있는 연구가 하나 발표되었습니다. 다이어트를 해도 체중이 전혀 빠지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 원인을 정밀하게 분석한 고전적인 연구입니다.
연구팀은 이들의 기초대사량, 식사 후 에너지 소비량(열발생) 등을 직접 측정했습니다. 만약 정말 대사에 문제가 있다면, 이 수치들이 평균보다 낮게 나와야 했죠. 하지만 놀랍게도 참가자들의 기초대사량은 예측값의 5% 이내로 완전히 정상 범위였고, 식후 열발생 같은 다른 대사 지표에서도 별다른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대사 능력 자체에는 이상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생각과 현실의 놀라운 차이
그렇다면 진짜 문제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바로 '인식의 차이'였습니다. 연구팀이 참가자들의 실제 섭취량과 활동량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섭취 칼로리: 실제 섭취량보다 평균 47% 적게 먹었다고 보고했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 2,000kcal를 섭취했다면, 본인은 1,100~1,200kcal 정도만 먹었다고 기억하는 식이었습니다.
- 활동량: 실제 활동량보다 평균 51% 더 많이 움직였다고 보고했습니다. 실제로는 계획한 운동량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으면서, 충분히 많이 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생각하고 기억하는 인지적 편향(cognitive bias) 때문일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가 어렵고 결과가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문제를 외부 요인(체질, 대사량)으로 돌리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대사가 아닌 '인식'이 문제였다
결론적으로 '적게 먹는데 살이 찐다'고 느끼는 현상의 핵심은 신진대사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먹고 움직이는지'에 대한 자기 인식과 실제 사이의 간극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마치 "이번 달 신용카드 값이 왜 이렇게 많이 나왔지?"라며 의아해하다가도, 막상 내역을 꼼꼼히 살펴보면 모두 내가 사용한 금액인 것을 확인하게 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우리의 기억과 인식은 생각보다 부정확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자기 인식이 다이어트의 첫걸음
따라서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나의 상태를 탓하기보다, 먼저 나의 식사와 활동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 전, 며칠 만이라도 식사일기를 쓰거나 기록 앱을 활용해 내가 무엇을 얼마나 먹고, 얼마나 움직이는지 정확히 확인해 보세요.
이처럼 나의 현재 상태를 명확히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다이어트의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고,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위 유튜브 영상의 핵심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임주혁 원장 · 아크로한의원 · 마지막 검토 2026-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