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크로한의원 한지영 원장입니다. 진료를 보다 보면 한약과 간 건강을 둘러싼 질문을 유독 자주 받게 됩니다. 한약을 권해 드려도 간에 무리가 가지 않을지 걱정하며 망설이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특히 예전에 간수치가 높았던 경험이 있거나 여러 건강기능식품을 함께 복용 중이신 분들이 더 조심스러워하십니다.
지금까지 한약과 간 손상에 대해 알려진 내용 중에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채로 퍼졌거나, 일부 사례가 과도하게 일반화된 부분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한약은 간에 부담을 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의료기관에서 한의사의 진단을 거쳐 처방받은 한약은 안심하고 복용하셔도 됩니다. 최근 국내에서 발표된 신뢰할 만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2025년 1월 서울대학교와 단국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에서 약물 유발 간손상(DILI) 진단을 받은 672,411명의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Pharmacology에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는 동일한 환자의 약물 복용 전과 후 데이터를 나란히 견주어 보는 자기통제 코호트(Self-Controlled Case Series) 방식으로 설계돼, 개인의 체질이나 생활습관, 기저질환 같은 변수의 영향을 최소화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연구팀은 환자를 외래환자군, 입원환자군, 기존 간질환 보유군 세 그룹으로 나누고, 약물 복용 후 90일간을 15일 단위로 쪼개 간손상 발생률을 추적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상대위험도(RI, Relative Incidence)라는 지표를 사용했는데, RI가 1이면 위험에 변화가 없다는 뜻이고 1보다 크면 위험이 늘었다는 뜻입니다. 그래프에서 양방 의료기관 방문 또는 양약 복용군은 빨간 선으로, 한방 의료기관 방문 또는 한약 복용군은 파란 선으로 표시됐습니다.
외래·입원 두 그룹 모두 양약을 복용한 뒤 3일에서 15일 사이 간손상 위험이 큰 폭으로 올랐다가 다시 낮아지는 흐름을 보인 반면, 한약을 복용한 그룹에서는 전체 관찰 구간 동안 간손상 위험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외래 기준으로 한약을 복용한 경우의 상대위험도는 0.99배로, 거의 변화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한약은 한방 의료기관에서 한의사의 진단을 거쳐 처방받은 경우에 한정됩니다.
기존에 간질환을 앓고 있던 그룹에서는 양상이 조금 달랐습니다. 양약을 복용한 뒤 3일에서 15일 사이 간손상 위험이 크게 늘었고, 한약을 복용한 그룹 역시 일부 시점에서는 위험도가 다소 오르는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종합했을 때, 한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거쳐 복용한 한약은 간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고, 간질환을 동반한 환자에서도 양약에 비해서는 위험도가 늘어나는 폭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간손상이 뚜렷하게 늘었다는 통계적 근거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간 기능에 예민하신 분이라면 복용 전 정확한 진단과 정기적인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는 점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물론 한약을 복용하는 중에 간수치가 일시적으로 오르는 사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원인은 다양한데, 먼저 일부 체질에서는 특정 약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알러지 반응처럼 소수에게서 나타나는 개체특이적(idiosyncratic) 반응으로, 복용한 약의 양이나 독성보다는 개인의 반응성에 좌우됩니다. 용량에 비례해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어서 미리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대부분 복용을 중단하면 빠르게 회복되는 편입니다.
과도한 스트레스나 잦은 음주, 부족한 수면, 강도 높은 운동, 함께 복용 중인 다른 약물이나 건강기능식품이 원인이 되어 간 기능 지표인 AST와 ALT 수치가 잠깐 오르는 경우도 흔합니다. 공교롭게 이런 변화가 한약을 복용하는 시기와 겹치면서 한약 때문에 수치가 올랐다고 느끼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약방이나 건강원에서 지어 주는 약, 인터넷으로 주문한 제품, 즙 형태로 나온 건강보조식품처럼 정식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조제된 한약은 정확한 진단 없이 만들어지거나 품질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번 연구의 공동 교신저자인 서울대 보건대학원 원성호 교수는 약물의 간 독성 위험을 정확히 평가하려면 의료기관에서 처방된 한약과 규제되지 않은 한약을 엄밀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리하면, 이번 대규모 연구에서 한약은 약물 유발 간손상의 주요 원인으로 확인되지 않았고, 의료기관에서 한의사가 진단하고 처방한 한약은 간수치를 유의하게 높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의원에서는 환자의 건강 상태와 기저질환, 함께 복용 중인 약물까지 고려해 약재와 용량을 신중하게 조절합니다. 다만 간질환을 앓고 계시거나 여러 약물을 함께 복용 중이신 분은 복용 전 한의사와 반드시 상담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아크로한의원에서는 hGMP(한약재 제조 및 품질관리 인증)를 받은 의약품용 한약재만 사용해, 품질과 위생, 안전성이 국가 기준에 맞게 관리된 재료로 조제하고 있습니다. 한약에 대한 오해가 오래 이어져 왔지만, 의료기관에서 정확히 처방받은 한약은 안전하게 복용하실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연구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실 수 있었기를 바랍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내원하셔서 상담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검토: 한지영 원장 · 아크로한의원 진료원장 마지막 검토 2026-09-16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건강 상태와 기저질환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복용 방향은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