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아크로한의원 한지영 원장입니다.
진료실에서 정말 자주 듣는 하소연이 있습니다. 분명히 적게 먹고 있는데 체중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 대부분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도 그렇게 믿고 계십니다. 그런데 실제 섭취량을 정밀하게 측정한 연구들을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사람은 자기가 먹은 양을 실제보다 적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고, 이건 의지나 정직함의 문제가 아니라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서 비롯된 인지 편향입니다. 오늘은 이 과소보고 현상이 무엇이고 왜 생기며, 다이어트 정체와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 논문 근거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먹은 양을 얼마나 잘못 기억할까
2025년 1월 국제 학술지 Nature Food에 실린 Bajunaid 등의 연구는 이 질문에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큰 규모로 답을 내놓았습니다. 연구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관리하는 이중표지수법(doubly labelled water, DLW)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습니다. 이중표지수법은 특수하게 표지된 물을 마시게 한 뒤 체내에서 실제로 소비되는 에너지를 정밀하게 추적하는 방법으로, 식이 연구에서 사실상 가장 정확한 기준으로 통합니다.

연구진은 4세부터 96세까지 전 세계에서 모은 6,497건의 에너지 소비량 측정치를 바탕으로 예측 방정식을 만들고, 이를 영국의 국가 식이조사(NDNS)와 미국의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등 수만 명 규모의 실제 식이 기록 데이터에 대입했습니다.

결과는 예상보다 컸습니다. 전체 오보고율은 27.4%였고, 미국 NHANES 기준으로는 남성 32.8%, 여성 28.4%가 과소보고를 했습니다. 영국 NDNS 기준으로는 남성 38%, 여성 29.7%가 실제보다 적게 보고했습니다.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430-840kcal, 대략 밥 한두 공기에 해당하는 열량을 빠뜨리고 있었던 셈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BMI가 높을수록 이 간극이 더 벌어졌고, 여성보다 남성에서, 아동보다 성인에서 과소보고 경향이 더 뚜렷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여러 날에 걸쳐 반복해서 조사해도 이 오차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 일관되게 반복되는 구조적인 패턴이라는 뜻입니다.
이 현상이 이 연구 하나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2019년 Burrows 등이 59개 연구, 6,298명의 자료를 모아 진행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도 식사 기록 방식의 과소보고 범위가 11-41%로 보고됐고, 2014년 Freedman 등이 5개 대규모 연구를 통합 분석한 결과에서는 식품 섭취 빈도 설문지 기준 28%, 24시간 회상법 기준 15%의 과소보고가 확인됐습니다.

왜 이런 오차가 생길까, 거짓말이 아니라 인지의 문제입니다
과소보고는 대부분 의도적인 거짓말이 아니라 몇 가지 인지 메커니즘이 겹쳐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첫 번째는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입니다. Bajunaid의 2025년 연구에서는 과소보고를 많이 한 사람일수록 단백질 비율은 높게, 지방 비율은 낮게 보고하는 체계적인 왜곡이 확인됐습니다. 건강하게 먹고 있다는 이미지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해서, 사회적으로 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기름진 음식이나 단 음식, 야식일수록 기록에서 빠지기 쉽습니다.

두 번째는 간식과 음료의 선택적 누락입니다. 식사 사이에 먹는 간식이나 음료, 소스와 양념은 뇌가 식사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통째로 기록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커피에 넣은 시럽 한 스푼, 과일주스 한 잔, 회의 중 집어 먹은 과자 몇 개가 모이면 하루 300-500kcal가 됩니다. 식사만 떠올리는 순간 이 부분은 자동으로 계산에서 사라집니다.
세 번째는 양을 추정하는 것 자체의 어려움입니다. 외식할 때 밥 한 공기가 몇 그램인지, 고기 한 점이 몇 칼로리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확신 없이 어림잡으면 대체로 실제보다 적게 잡게 됩니다. 이 모든 메커니즘의 공통점은 본인은 정직하게 기록했다고 느끼면서도 실제와는 상당한 간극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대사가 느려서 안 빠진다는 말, 정말일까
많은 분들이 체질적으로 대사가 느려서 안 빠진다고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이 질문은 이미 1992년에 정밀하게 검증된 적이 있습니다.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Lichtman 등의 고전적인 연구에서는 다이어트를 해도 절대 빠지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비만 환자 10명의 대사를 직접 측정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이 환자들의 기초대사량은 예측치의 5% 이내로 정상 범위였고, 식이성 열 발생과 운동 시 열 발생도 대조군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대사에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대신 이들은 섭취량을 평균 47% 적게 보고했고, 활동량은 51% 많게 보고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비만 원인을 유전이나 대사 이상으로 돌리는 경향이 유의하게 높았습니다. 결국 문제는 자기가 먹는 양에 대한 인식과 실제 먹는 양 사이의 구조적인 간극이었습니다. 이 간극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나는 원래 안 빠지는 체질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포기하기 쉽습니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관찰 정확도의 문제이고, 이 능력은 훈련으로 충분히 향상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해결책은 더 적게 먹는 것이 아니라 더 정확하게 보는 것입니다.
먼저 사진으로 기록하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먹기 전에 핸드폰으로 사진만 찍어 두어도 양과 구성이 시각적으로 남기 때문에 나중에 왜곡될 여지가 줄어듭니다. 다음으로 음료와 간식을 식사와 별도로 의식해서 기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 부분이 과소보고에서 가장 많이 빠지는 항목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전문가의 정기적인 점검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기록하고 스스로 판단하면 놓치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인데, 같은 기록도 전문가가 보면 다르게 보입니다. 다만 식사 기록이 오히려 강박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으니, 기록 자체가 불안을 유발한다면 전문가와 상의해 방법을 조정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아크로한의원에서 진행한 셀프모니터링 연구

실제로 저희 아크로한의원에서 1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체 연구가 있습니다. 10주 동안 한약 처방과 셀프모니터링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한 결과 평균 7.64kg이 감량됐고(74.59kg에서 66.95kg으로), 참가자의 94.9%가 초기 체중의 5% 이상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식이조절에 대한 자기평가 점수가 높을수록 감량 효과도 유의하게 컸다는 점입니다(r=0.412). 정확하게 보는 능력이 정확하게 빠지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데이터로 확인한 셈입니다.

핵심 정리
하나, 2025년 Nature Food 연구(6,497명)에서 성인 남성의 최대 38%, 여성의 최대 30%가 자신이 먹는 양을 적게 보고했고, 반복 조사해도 이 수치는 줄지 않았습니다.
둘, 이는 거짓말이 아니라 인지 편향입니다. 고지방·고당 식품과 간식이 특히 누락되기 쉽고, 과소보고자일수록 식단을 건강하게 왜곡해서 보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셋, 다이어트를 해도 안 빠진다고 호소한 환자들의 대사는 정상이었습니다. 문제는 대사가 아니라 자기 관찰의 정확도였습니다.
넷, 사진 기록과 간식·음료 별도 기록, 전문가 점검을 통해 이 인식의 간극을 좁힐 수 있습니다.
다섯, 아크로한의원 자체 연구에서도 셀프모니터링 점수가 높을수록 감량 효과가 컸습니다.
적게 먹는데 안 빠진다는 느낌은 진짜일 수 있습니다. 다만 데이터는 우리의 인지가 실제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책할 일이 아니라 자기 관찰의 정밀도를 높이면 되는 문제입니다. 정확하게 보는 것이 정확하게 빠지는 것의 시작이라는 사실, 아크로한의원이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참고문헌
Bajunaid R et al. Predictive equation derived from 6,497 doubly labelled water measurements enables the detection of erroneous self-reported energy intake. Nat Food. 2025;6(1):58-71.
Lichtman SW et al. Discrepancy between self-reported and actual caloric intake and exercise in obese subjects. N Engl J Med. 1992;327(27):1893-1898.
Burrows TL et al. Validity of Dietary Assessment Methods When Compared to the Method of Doubly Labeled Water: A Systematic Review in Adults. Front Endocrinol. 2019;10:850.
Freedman LS et al. Pooled results from 5 validation studies of dietary self-report instruments using recovery biomarkers for energy and protein intake. Am J Epidemiol. 2014;180(2):172-188.
Jang IY et al. Korean Medicine with Self-monitoring for Weight Control and Factors Associated with Weight Loss: a Retrospective Observational Study. J Korean Med. 2022;43(1):87-98.
검토: 한지영 원장 · 아크로한의원 원장 마지막 검토 2026-09-16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대사·식습관·활동량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처방은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