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고비나 마운자로 상담을 하다 보면 "주사 맞다가 췌장염이 생길 수도 있나요", "배가 아프고 메스꺼운데 췌장염 증상일까요", "예전에 췌장염을 앓았는데 사용해도 되나요" 같은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두 약물 사용 중 췌장염이 발생한 사례는 실제로 보고돼 있지만, 현재까지의 임상시험·메타분석을 종합하면 급성 췌장염 위험을 뚜렷하게 높인다고 일관되게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발생 빈도는 낮되 한번 생기면 중증으로 진행할 수 있어 위험을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위고비·마운자로 사용 중 나타나는 모든 복통과 메스꺼움을 곧장 췌장염으로 볼 필요도 없습니다.
위고비·마운자로는 왜 췌장에 영향을 줄 수 있나
두 약 모두 식욕과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인크레틴 경로에 작용하는 주사제입니다. 위고비의 주성분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 수용체에 작용해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높이며 위 배출 속도를 늦추고, 혈당이 오른 상황에서는 인슐린 분비도 늘립니다. 마운자로의 주성분 티르제파타이드는 GLP-1 수용체뿐 아니라 GIP 수용체에도 함께 작용합니다. 다만 이 인크레틴 작용 자체가 사람에게 췌장염을 직접 일으킨다는 기전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고, 위험은 임상시험과 시판 후 이상사례 자료로 계속 평가되고 있습니다.
공식 허가자료가 보여주는 숫자
위고비 성인 체중감량 임상시험에서는 판정위원회가 확인한 급성 췌장염이 위고비군 4명(100환자-년당 0.2건), 위약군 1명(100환자-년당 0.1건 미만)에서 나타났습니다. 마운자로 임상시험 통합자료에서는 마운자로 투여군 13명에게 14건(100환자-년당 0.23명), 비교군 3명에게 3건(100환자-년당 0.11명)이 확인됐는데, 이 자료는 주로 제2형 당뇨병 환자 대상 시험이고 비교군에는 위약뿐 아니라 다른 당뇨병 치료제 사용자도 포함돼 있습니다. 티르제파타이드(마운자로, 젭바운드)의 체중감량 임상시험 2건을 통합한 결과는 다르게 나오는데, 판정이 확정된 급성 췌장염이 티르제파타이드군·위약군 모두 0.2%였고 투여 기간을 반영한 발생률도 각각 100환자-년당 0.14명·0.15명으로 비슷했습니다. 여기서 '100환자-년당 0.2명'은 사용자의 0.2%가 반드시 췌장염에 걸린다는 뜻이 아니라 환자별 투여 기간을 모두 합산해 계산한 값이라, 일반적인 백분율과는 읽는 방법이 다릅니다.
메타분석은 엇갈립니다
세마글루타이드 무작위 대조시험 21건, 총 3만4,721명을 분석한 2024년 메타분석은 위약 대비 급성 췌장염 위험이 높아지지 않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통합 오즈비 0.70, 95% CI 0.50-1.20). 주사제·경구제, 용량별로 나눈 분석에서도 유의한 위험 증가는 없었습니다. 티르제파타이드를 다룬 2024년 메타분석(17개 무작위 임상시험, 총 1만4,645명)에서도 5mg·10mg·15mg 모두 위약보다, 그리고 인슐린이나 다른 GLP-1 계열 약물보다 췌장염 위험이 유의하게 높지 않았습니다. 다만 실제 사건 수가 적어 신뢰구간이 넓었는데, 이는 위험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정확한 차이를 계산할 만큼 사건이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2025년 GLP-1 계열 전체를 묶은 메타분석(62개 무작위 임상시험, 6만6,232명)은 다른 결론을 내렸습니다. 통합 췌장염 상대위험도가 1.44로 통계적으로 유의했지만, 배경 약물 사용 여부로 나누면 배경 약물 사용 연구는 RR 1.28(95% CI 0.87-1.87), 배경 약물이 없는 연구는 RR 1.37(95% CI 0.91-2.05)로 유의성이 사라졌습니다. 이 분석은 양쪽 군 모두 췌장염이 한 건도 없던 연구를 위험도 계산에서 제외해, 저자들 스스로도 실제 위험이 과대평가됐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규제기관이 경고를 강화한 이유
시판 후 조사에서는 괴사성 췌장염과 사망 사례를 포함한 중증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2026년 1월 29일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은 세마글루타이드·티르제파타이드를 포함한 GLP-1 및 GLP-1/GIP 계열 약물의 췌장염 경고를 강화했는데, 2007년부터 2025년 10월까지 영국 옐로카드 시스템에는 관련 췌장염 의심 보고 1,296건, 사망 보고 19건, 괴사성 췌장염 보고 24건이 접수됐습니다(급성뿐 아니라 만성·자가면역성·출혈성·괴사성·폐쇄성 췌장염을 모두 포함). 다만 이 수치를 실제 발생률로 보면 안 됩니다. 옐로카드는 의료진·환자가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자료라 전체 사용자 수를 정확히 알 수 없고 누락·중복 가능성이 있으며, 약물 사용 후 시간적으로 발생했다는 보고일 뿐 담석·음주·고중성지방혈증 같은 다른 원인을 배제하거나 인과관계를 확정한 것도 아닙니다. 규제기관이 경고를 강화한 이유는 발생 빈도가 높아서가 아니라 드물게라도 괴사성 췌장염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MHRA 권고의 핵심은 심하고 지속적인 복통이 있으면 즉시 진료받을 것, 췌장염이 의심되면 GLP-1 계열 약물을 바로 중단할 것, 확진되면 같은 계열 약물을 재개하지 말 것, 과거 췌장염 병력이 있는 환자는 주의해서 사용할 것입니다.
흔한 위장관 부작용과 췌장염 의심 증상, 어떻게 다른가
위고비·마운자로를 처음 쓰거나 증량했을 때 메스꺼움, 식후 더부룩함, 복부 불편감, 일시적 복통, 구토, 설사나 변비, 트림·소화불량은 비교적 흔합니다. 실제로 위고비 성인 체중감량 임상시험에서 위장관 이상반응은 위고비군 73%, 위약군 47%에서 보고됐고 오심·구토·설사가 흔했으며, 대부분 증량 과정에서 나타났습니다. 반면 췌장염이 의심되는 통증은 심하거나 지속적이고 주로 명치·상복부에 집중되며 등으로 퍼지고 구토가 반복되거나 통증과 함께 이어진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위고비 허가사항은 통증이 '지속적이거나 심한 경우'라고만 표현하고 있어 두 조건이 반드시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면 호전을 기다리지 말고 다음 투여를 중단한 뒤 신속하게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처방 전 확인해야 할 위험요인
약물 사용 여부와 별개로 원래 가진 췌장염 위험요인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과거 급성·만성 췌장염 병력, 담석이나 담낭염, 잦은 음주·폭음, 중성지방의 심한 상승, 고칼슘혈증, 췌장·담도 질환, 췌장염과 관련될 수 있는 다른 약물의 동시 복용, 원인 불명의 반복적 상복부 통증이 있다면 처방 전에 짚어야 합니다. 담석과 음주는 급성 췌장염의 대표 원인이라 원인 불명 췌장염에서는 중성지방·칼슘 수치와 담낭·담도 질환 여부를 함께 봅니다. 담낭 질환도 확인 대상인데, 위고비 성인 체중감량 임상시험에서 담석증은 위고비군 1.6%·위약군 0.7%, 담낭염은 각각 0.6%·0.2%에서 발생했습니다. 빠른 체중감량 자체가 담석 위험을 높일 수 있지만, FDA 허가사항은 체중감량 정도를 감안하고도 위고비군의 급성 담낭 질환이 더 많았다고 설명합니다. 담석이 담관·췌관이 만나는 부위를 막으면 담석성 췌장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오른쪽 윗배 통증이나 식후 반복 통증, 황달·발열이 있다면 단순 부작용으로 넘기지 말고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과거에 췌장염을 앓았다면
과거 췌장염 병력은 미국 FDA 위고비·마운자로 허가사항상 절대 금기가 아닙니다(주요 금기는 갑상선수질암 개인력·가족력, 다발성내분비종양증 2형, 성분 중증 과민반응입니다). 다만 '금기가 아니다'가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췌장염 병력이 있는 환자는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제외되거나 충분히 포함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근거가 제한적이며, 2026년 MHRA도 이런 환자에게는 주의해서 사용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따라서 과거력 하나만으로 결정하기보다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담석·음주 같은 원인이 제거됐는지, 한 번만 발생했는지 반복됐는지, 만성 췌장염이나 구조 이상이 있는지, 현재 담낭·담도 질환이 남아 있는지, 중성지방·칼슘 수치가 조절되는지, 치료로 얻는 이득이 위험보다 큰지를 따져야 합니다. 반대로 사용 중 급성 췌장염이 확진됐다면 증상이 나아졌다는 이유로 낮은 용량부터 임의로 재시작해서는 안 되며, MHRA도 확진 후에는 같은 계열 치료를 재개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며
위고비·마운자로 사용 중 급성·괴사성 췌장염 사례는 실제로 보고돼 있고, 위고비 임상시험에서는 위고비군 4명·위약군 1명, 티르제파타이드 임상시험에서는 양쪽 군 모두 0.2%에서 급성 췌장염이 확인됐습니다. 세마글루타이드·티르제파타이드 개별 메타분석은 유의한 위험 증가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GLP-1 계열 전체를 묶은 일부 연구에서는 위험 신호가 나타나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며, 규제기관이 경고를 강화한 것도 높은 발생 빈도 때문이 아니라 드물게라도 중증·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입니다. 심하거나 지속되는 복통, 등으로 퍼지는 통증, 반복 구토가 있으면 다음 투여를 중단하고 신속히 평가받아야 하고, 확진 후에는 같은 계열 약물을 임의로 재투여하지 않아야 합니다. 가벼운 메스꺼움이나 일시적 소화불량까지 췌장염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앞서 말씀드린 경고 증상이 나타난다면 넘기지 마시고 의료기관에서 확인받으시길 권합니다. 약물의 안전성은 부작용이 없는가가 아니라 위험요인을 미리 확인하고 경고 증상을 알며 필요할 때 중단·평가할 수 있는가로 결정됩니다. 궁금한 점은 카카오톡 상담으로 문의해주세요.
참고문헌: U.S. FDA. WEGOVY Prescribing Information. Revised 2026; U.S. FDA. MOUNJARO Prescribing Information. Revised 2026; U.S. FDA. ZEPBOUND Prescribing Information. Revised 2026; Masson W, et al. Endocrinología, Diabetes y Nutrición. 2024;71(3):124-132; Kamrul-Hasan ABM, et al. Obesity Science & Practice. 2024;10(6):e70032; Wen J, et al. Endocrinology, Diabetes & Metabolism. 2025;8(5):e70113; MHRA. GLP-1 receptor agonists and dual GLP-1/GIP receptor agonists: strengthened warnings on acute pancreatitis. Published January 29, 2026.
검토: 박지선 원장 · 아크로한의원 최종 검토 2026-09-13
본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 안내이며, 개인의 상태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의심 증상이 있다면 전문의 진료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