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이 남긴 근손실 문제를 UCN2와 마이오스타틴·액티빈으로 풀어보려는 경쟁이 어디까지 왔는지 정리했습니다.

먼저 요점만
한미약품이 2026년 8월 24일 로슈 자회사 제넨텍에 비만 신약 후보물질 HM17321을 최대 23억 달러(약 3조 2천억 원) 규모로 넘겼습니다. 국내 단일 후보물질 기준 역대 최대급이고, 공시 당일 주가는 상한가 54만 원을 찍었습니다.
이 물질은 위고비나 마운자로와 계열이 다릅니다. 인크레틴이 아니라 UCN2(CRF2 수용체) 유사체로, 지방은 줄이면서 근육은 늘리는 계열 내 최초를 목표로 합니다. 현재 미국 임상 1상입니다.
배경에는 평가 기준의 이동이 있습니다. 얼마나 빠졌나에서 무엇이 빠졌나로 관심이 옮겨 가는 중입니다. GLP-1은 감량 체중의 약 25~40%가 근육을 포함한 제지방 손실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릴리(bimagrumab), 리제네론(trevogrumab), 스컬러락(apitegromab)도 근육 보존 병용요법으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왜 이 두 이야기가 하나인가
위고비나 마운자로로 살은 빠졌는데 힘이 없고 얼굴이 푸석해졌다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리고 근육 안 빠지는 비만약으로 3조 기술수출을 했다는 뉴스도 접하셨을 텐데요.
두 이야기는 사실 한 줄기입니다. 비만 치료의 목표가 체중 감소에서 체성분의 질로 옮겨 가고 있고, 이번 계약은 그 흐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계약의 실제 내용
- 당사자: 한미약품 → 제넨텍(로슈 그룹 100% 자회사)
- 대상: HM17321, 대사질환(비만·제2형 당뇨·심혈관질환) 후보물질
- 규모: 최대 23억 달러(약 3조 2천억 원). 반환 의무 없는 선급금 1억 9천만 달러(약 2,850억 원)로 거래 규모의 약 8.3%
- 권리: 제넨텍이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개발·제조·상업화 독점권 확보, 후속 임상 2상도 제넨텍 담당
- 추가 수익: 단계별 마일스톤과 출시 후 로열티 별도
- 주가: 공시 당일 상한가 54만 원, 이튿날 차익 실현으로 7.22% 조정된 50만 1천 원 마감. 이후 증권가 목표주가는 70만~81만 원으로 상향
핵심은 기전입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음식을 먹을 때 소장에서 나오는 인크레틴 호르몬을 흉내 내 식욕을 누릅니다. HM17321은 그 계열이 아니라 UCN2 유사체로 CRF2 수용체를 겨냥합니다.
한미약품 발표에 따르면 이 물질은 지방만 선택적으로 줄이면서 근육은 늘리도록 설계됐습니다. 비임상에서 인간 근육세포에 직접 작용해 근육의 양과 질을 개선했고, 비만 동물 모델의 근 기능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밝혔습니다(미국비만학회 ObesityWeek 발표).
펩타이드 기반이라 GLP-1 계열과 병용하거나 고정용량복합제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받습니다. 비임상에서 단독과 병용 모두 체중 감량과 체성분 개선이 확인됐습니다.
다만 냉정하게 볼 부분이 있습니다. HM17321은 2025년 11월 미국 FDA로부터 임상 1상 승인을 받아 이제 막 사람 대상 초기 임상에 들어간 단계입니다. 기술수출 성공이 곧 신약 출시 확정은 아닙니다.

GLP-1이 남긴 숙제
GLP-1 계열은 임상에서 15~20%대 감량을 보여주며 판을 바꿨습니다. 세마글루타이드 대표 임상(Wilding et al., 2021, NEJM)에서 68주간 평균 약 15% 체중이 줄었습니다.
문제는 빠진 것의 상당 부분이 지방이 아니라 근육이라는 점입니다. 리제네론 COURAGE 분석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 감량 체중의 약 33%가 제지방 손실이었고(EASD 2025), 스컬러락 EMBRAZE에서는 티르제파타이드 단독군의 30.2%가 제지방이었습니다. 한미약품은 자사 자료에서 최대 40%까지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근육이 줄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고, 약을 끊었을 때 다시 찌는 원인이 됩니다.
한 가지 균형은 필요합니다. 근손실은 GLP-1만의 문제가 아니라 체중 감량 자체에 따라오는 현상입니다. 한 연구에서는 GLP-1 사용군의 68%, 식이·운동군의 50%가 불균형 근손실 기준을 넘었습니다. 결국 저항운동과 단백질 섭취는 약과 별개로 중요합니다.

경쟁 구도
근육 지키는 비만약은 한미만의 발상이 아닙니다. 크게 두 갈래입니다.
A. GLP-1에 근육 보호제를 얹는 방식 — 근육 성장을 억제하는 경로(마이오스타틴·액티빈)를 막는 항체를 병용합니다. 릴리의 비마그루맙, 리제네론의 트레보그루맙, 스컬러락의 아피테그루맙이 여기 속합니다.
B. 단독으로 다른 기전을 쓰는 방식 — 한미의 HM17321이 이 쪽입니다. 병용이 아니라 새로운 단독 기전이라는 점이 차별점입니다.
여기에 1회 주사제와 감량 후 유지 치료 전략이 새 경쟁 포인트로 떠올랐습니다.
제도도 움직였습니다. WHO가 2025년 12월 1일 비만 치료에 GLP-1 사용을 조건부 권고하는 첫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JAMA에 발표하며 비만을 만성질환으로 명확히 규정했습니다. 다만 미국에서는 약가 인하 논의와 함께 일부 주 공공보험의 보장 축소가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한미약품은 이번 물질 외에도 국내 최초 GLP-1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2026년 하반기 국내 출시를 준비 중이고, 삼중작용제 HM15275 등 파이프라인을 다층으로 넓히고 있습니다.

지금 다이어트 중인 분께
뉴스는 화려하지만 당장 유효한 사실은 단순합니다.
HM17321을 포함한 근육 보존형 신약은 아직 임상 단계입니다. 아직 병원에서 받아 쓸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약을 쓰든 쓰지 않든 근손실을 줄이는 검증된 방법은 저항운동과 충분한 단백질 섭취입니다. 새 약이 나오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오늘부터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평가 지표를 체중계 숫자에서 체성분으로 바꿔 보는 것이 최신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진료실에서도 감량 속도보다 무엇이 빠지고 있는지를 먼저 봅니다. 살을 빼는 일은 한 철 행사가 아니라, 체성분을 지켜 가며 길게 끌고 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HM17321은 언제 처방받을 수 있나요? 아직 처방할 수 없습니다. 2025년 11월 미국 FDA 임상 1상 승인을 받아 초기 임상 중이며, 2·3상과 허가 절차가 남아 상용화까지 수년이 더 걸립니다.
위고비·마운자로를 쓰면 근육이 반드시 많이 빠지나요? 감량 과정에서 어느 정도 근손실은 따라옵니다. 분석에 따라 감량 체중의 약 25~40%가 제지방 손실로 보고됩니다. 저항운동과 단백질 섭취를 병행하면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위고비와 무엇이 다른가요? 위고비는 인크레틴을 흉내 내 식욕을 억제합니다. HM17321은 UCN2 유사체로 지방을 줄이면서 근육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다른 계열입니다.
근육 지키는 비만약은 한미만 만드나요? 아닙니다. 릴리·리제네론·스컬러락도 GLP-1에 근육 보호제를 병용하는 방식으로 경쟁 중입니다. 한미는 새로운 단독 기전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기술수출에 성공했으니 출시는 확정인가요? 아닙니다. 개발·판매 권리를 넘긴 계약일 뿐이고, 이후 임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어야 허가와 출시가 가능합니다.
지금 근손실을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요? 신약을 기다리기보다 감량 중 근력운동을 병행하고 체중 1kg당 약 1.2~1.6g 수준의 단백질을 챙기며, 체중계 숫자보다 근육량과 체지방률 변화를 함께 보는 것이 검증된 방법입니다.

참고문헌
한미약품. "'GLP-1 근 손실 한계 뛰어넘은 게임 체인저 될 것' 한미약품, 신개념 비만 신약 'HM17321' 발표." 한미약품 보도자료, hanmi.co.kr. 한국경제. "근육 지키는 비만신약…한미약품, 3.2兆 수출." 2026년 8월 24일, hankyung.com. 헤럴드경제. "상한가 찍고 하락한 한미약품…'81만원까지 간다'." 2026년 8월 25일, biz.heraldcorp.com. Heymsfield, Steven B., et al. "Bimagrumab plus Semaglutide Alone or in Combination for the Treatment of Obesity: A Randomized Phase 2 Trial." Nature Medicine, 2026. doi:10.1038/s41591-026-04204-0. Regeneron Pharmaceuticals. "Results from Phase 2 COURAGE Trial Demonstrating Potential to Improve Quality of GLP-1 Receptor Agonist-induced Weight Loss by Preserving Lean Mass, Presented at EASD." 17 Sept. 2025, investor.regeneron.com. IQVIA. "Beyond Weight Loss: Preserving Muscle during Pharmacotherapy of Obesity." IQVIA Blog, 2025, iqvia.com. Wilding, John P. H., et al. "Once-Weekly Semaglutide in Adults with Overweight or Obesity."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vol. 384, no. 11, 2021, pp. 989–1002. doi:10.1056/NEJMoa2032183.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2026년 비만 치료제 전망 보고서." 2026.
검토: 임주혁 대표원장 · 아크로한의원 대표원장 마지막 검토 2026-09-02
본 글은 공개된 보도자료와 임상 발표,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용이며 특정 약물의 처방이나 복용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개인별 치료 방향은 전문가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