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크로한의원 한지영 원장입니다. "가공식품을 줄이면 다이어트에 유리하다"는 말,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많은 분들이 최소가공식품이 체중 감량에 유리하고 초가공 식품은 살이 찌기 쉽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하시는데요, 정말 초가공 식품을 먹으면 감량이 잘 안 되는 걸까요? 가공 정도의 차이가 실제 감량 속도에도 영향을 줄까요?

가장 권위 있는 의학 저널 중 하나인 Nature Medicine에 2025년 게재된 무작위 교차 실험(RCT)이 이 질문에 흥미로운 답을 내놓았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초가공 식품을 먹더라도 섭취 칼로리를 조절하면 체중은 줄어들지만, 최소가공식품 위주로 먹었을 때 감량 폭과 식욕 조절 효과가 더 뚜렷했습니다. 오늘은 이 연구를 중심으로 초가공 식품과 저가공 식품이 실제 감량 과정에서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초가공 식품, 정확히 어떤 기준일까

식품을 가공 정도에 따라 분류할 때 가장 널리 쓰이는 기준이 NOVA 분류입니다. 집에서 삶은 계란이나 직접 짠 과일주스는 NOVA 1단계에 해당하는 반면, 시중에서 파는 분리 단백음료나 완제품 건강주스는 성분 분리와 살균, 첨가물 처리 과정을 거치면서 대부분 NOVA 3-4단계로 분류됩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흔히 건강식이라고 생각했던 저가공 식품 중에도 실제로는 상당수가 초가공 식품에 해당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연구는 어떻게 설계됐을까

이 RCT는 같은 참가자가 최소가공식품(MPF) 식단과 초가공식품(UPF) 식단을 각각 8주씩 번갈아 경험하는 교차설계로 진행됐습니다. 두 식단 모두 영국의 건강 식단 지침(Eatwell Guide)을 충족하도록 구성해 칼로리와 영양 비율을 최대한 동일하게 맞춘 상태에서 가공 정도만 다르게 설계했습니다. 즉 초가공 식품이라도 당·지방·나트륨 기준을 지킨 상대적으로 건강한 버전으로 구성됐다는 뜻입니다. 연구진이 모든 식사를 직접 조리해 제공했고, 참가자들은 칼로리 제한 없이 배고픈 만큼 자유롭게 섭취했습니다.
기존 관찰연구와 달리 이번 실험에서는 초가공 식품 식단에서도 체중이 줄었습니다. 다만 감량 폭은 최소가공식품 쪽이 더 컸는데, 체중 감량률은 최소가공식품이 약 -2.06%(95% CI, -2.99 대비 -1.13), 초가공식품이 약 -1.05%(95% CI, -1.98 대비 -0.13)로, 두 식단 간 차이는 -1.01%였습니다(P=0.024). 최소가공식품 섭취 시 하루 평균 503.7kcal, 초가공식품 섭취 시 하루 평균 289.6kcal를 필요 열량보다 덜 섭취한 것으로 나타나, 영양 비율은 같았지만 참가자들이 최소가공식품을 먹을 때 자연스럽게 덜 먹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식욕 조절력에서 갈렸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차이는 식욕 변화였습니다. 두 식단의 칼로리와 영양 비율은 동일했지만, 식욕 조절력은 최소가공식품 식단에서만 유의하게 개선됐습니다. 공복·식후 시각아날로그척도(VAS) 평가에서는 8주 뒤 두 식단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가 없었지만, 식후 허기감이나 섭취 가능량, 식사 만족도, 포만감 지표는 최소가공식품 쪽이 낮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식욕 관련 설문에서도 차이가 뚜렷했습니다. 음식 반응성을 측정하는 PFS 점수는 음식을 보거나 맛봤을 때, 그리고 총점 모두 최소가공식품 식단에서만 하락했고, 단맛·짠맛에 대한 갈망과 갈망 음식에 대한 저항의 어려움을 측정하는 CoEQ 점수 역시 최소가공식품 식단에서만 유의하게 개선됐습니다. 반면 초가공식품 식단에서는 두 지표 모두 뚜렷한 변화가 없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중도 탈락자는 초가공식품 식단에서는 한 명도 없었던 반면 최소가공식품 식단에서는 일부 발생했는데, 맛과 풍미 평가 역시 최소가공식품이 더 낮게 나타난 점을 고려하면 조리가 번거롭고 상대적으로 덜 맛있게 느껴지는 최소가공식품 식단이 참가자들에게 더 어렵게 다가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왜 초가공 식품은 식욕이 잘 꺼지지 않을까

같은 영양 구성이라도 초가공 식품 식단에서는 식욕 조절력(CoEQ·PFS)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반면, 최소가공식품 식단에서는 단맛·짠맛에 대한 갈망과 음식 반응성이 함께 낮아지는 방향으로 개선됐습니다.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반복해서 나타나는데, 최근에는 초가공 식품이 단순히 맛있어서가 아니라 식욕을 조절하는 뇌 회로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나오고 있습니다.
2025년 Metabolic Health & Disease에 발표된 연구는 UK 바이오뱅크의 약 3만 명 MRI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초가공 식품 섭취량이 많을수록 CRP·중성지방(TG)·HDL 같은 염증·지질 지표가 먼저 변화하고, 이 지표들이 매개가 되어 보상 기반 식욕을 담당하는 측좌핵(nucleus accumbens)과 식욕·포만감 조절을 담당하는 시상하부(hypothalamus)의 뇌 미세구조 변화로 이어진다고 보고했습니다. 보상 회로의 핵심인 측좌핵의 구조가 바뀌면 음식 자극에 대한 반응성이 높아져 쾌락적 식욕이 더 쉽게 발생할 수 있고, 포만·공복을 감지하는 시상하부의 구조가 바뀌면 포만 신호가 불안정해져 금방 배고파지는 패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초가공 식품이 식욕을 더 쉽게 자극한다는 결과가 여러 연구에서 반복되지만, 그렇다고 모든 초가공 식품을 무조건 끊는 것이 항상 최선은 아닙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보면 초콜릿이나 과자, 디저트처럼 보상 기반 식욕이 강한 분들은 이런 음식을 완전히 금지할수록 오히려 갈망이 커지고, 참다가 한 번에 폭식하는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도한 식이 제한이 음식 갈망을 오히려 키우고 보상 기반 섭식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식욕 조절력이 아직 안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초가공 식품을 완전히 배제하는 전략은 실생활에서 지속하기 어렵고 폭식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제로 칼로리 음료나 무설탕 젤리 같은 저칼로리 대체 식품, 단백질 간식을 적절히 활용해 식욕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조절하면서, 식단의 중심을 저가공 식품 쪽으로 천천히 옮겨가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더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정리하면, 이번 연구는 초가공 식품을 먹더라도 칼로리를 줄이면 다이어트 중 체중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지만, 감량 속도와 식욕 조절 측면에서는 저가공 식품 중심의 식단이 더 안정적인 결과를 보였습니다. 다만 단 음식이나 자극적인 간식에 대한 갈망이 강하거나 참았다가 폭식하는 패턴이 있는 분이라면 완전한 배제보다는 식단의 중심만 저가공 식품으로 옮기고 필요할 때 저칼로리 대체식을 활용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현실적입니다. 다이어트 중 식욕을 편안하게 다루며 자신에게 맞는 균형을 찾아가실 수 있도록 아크로한의원이 함께하겠습니다.
참고문헌
Nature Medicine, 2025. 최소가공식품(MPF)과 초가공식품(UPF) 섭취에 따른 체중 변화 및 식욕 조절 효과를 비교한 무작위 교차 임상시험(RCT).
Metabolic Health & Disease, 2025. UK 바이오뱅크 약 3만 명의 MRI 데이터를 분석해 초가공 식품 섭취와 뇌 미세구조 변화의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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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토: 한지영 원장 · 아크로한의원 진료원장 마지막 검토 2026-09-16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대사와 식습관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식단 방향은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