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아크로한의원입니다.
진료실에서 종종 마주하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이 약을 먹고 나서부터 자꾸 살이 찌는 것 같아요", "혹시 이 약 때문에 살이 안 빠지는 건 아닐까요", "체중 늘까 봐 약 먹기가 꺼려지는데 끊어도 괜찮을까요" 같은 것들입니다. 오늘은 특정 약물이 체중에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연구 근거를 통해 짚어보겠습니다.
약물은 체중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
비만은 생활 습관, 유전,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데, 호르몬 이상(갑상선 기능 저하증 등)이나 정신과 질환(폭식 장애 등)뿐 아니라 오늘 다룰 약물 부작용 또한 체중 증가의 이차적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먼저 결론을 말씀드리면, 약물의 영향이 있다고 해서 10kg, 20kg 단위로 체중이 확 늘어나는 경우는 드뭅니다. Mayo Clinic과 미국 내분비학회가 2015년 발표한 대규모 분석(54개 약물, 257개 RCT, 총 84,696명)에 따르면 약물로 인한 체중 증가는 대부분 1kg에서 3kg 사이에 머물렀습니다(Domecq 등, J Clin Endocrinol Metab 2015;100:363-370).

스테로이드는 어떨까
특히 걱정을 많이 하시는 약이 스테로이드입니다. 2021년 Rheumatology지에는 프레드니솔론을 하루 10mg 이상, 3개월 넘게 복용한 환자 31,516명을 장기간 추적한 코호트 연구가 실렸습니다.

이 연구에서 체중 변화가 전혀 없었던 비율이 45퍼센트, 2kg 이하로만 늘어난 비율이 15.4퍼센트였고, 2kg을 넘게 늘어난 경우는 39.6퍼센트였습니다. 바꿔 말하면 고용량을 오래 복용한 분들 중에서도 60퍼센트 정도는 체중 변화가 없거나 2kg 이내에 그쳤다는 뜻입니다(Fardet 등, Rheumatology 2021;60:1502-1511).

다만 스테로이드가 다른 약에 비해 체중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체중 변화가 크지 않더라도 장기 복용은 신체 특정 부위에 지방을 이동시켜 얼굴 부위 지방 축적(문 페이스), 목 뒤 경배부 지방 축적(버팔로 험프), 복부 비만 같은 외형적 변화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모두에게 똑같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사람마다 편차가 상당히 큽니다. 외형 변화가 신경 쓰이신다면 복용 용량이나 기간을 주치의와 조율해보시길 권합니다.
피임약은요
"피임약 먹으면 살찐다"는 이야기와 달리, 49개 RCT를 모아 분석한 2014년 코크란 리뷰는 경구 복합 피임약과 체중 증가 사이에서 뚜렷한 인과관계를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의미 있게 체중이 늘었다는 대규모 무작위 대조 시험 자체가 거의 없었던 셈입니다. 고용량 에스트로겐·프로게스틴을 쓰던 예전 제형에서는 체중 증가가 흔했지만, 요즘 쓰는 저용량 제형에서는 그런 사례가 드물다고 보고됩니다(Gallo 등,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14;CD003987).

다만 데포 프로베라 같은 주사형 피임제는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몇몇 연구에서 체중 증가와 연관이 보고된 바 있으니 제형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해두시면 좋습니다.
약물은 왜, 어떻게 체중을 늘릴까
약이 체중을 늘리는 경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식욕 쪽 경로로, 일부 항정신 약물이 뇌의 식욕 중추를 자극해 평소보다 배고픔을 더 크게 느끼게 만드는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대사 쪽 경로로, 몇몇 당뇨약은 메타분석에서 체중 증가와의 연관성이 나타났고 베타차단제는 대사율을 약 10퍼센트가량 낮춰 에너지를 덜 쓰게 만들 수 있습니다(Kumar & Aronne, Endocrinol Metab Clin North Am 2020;49:265-273).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가장 중요한 원칙부터 말씀드리면, 체중이 증가한 것 같다는 이유로 처방받은 약을 임의로 중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일부 약물이 체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영향은 대부분 1kg에서 3kg 수준이며, 증가 폭이 크고 빠르다면 약 외에 다른 요인(식이, 활동량, 수면, 스트레스 등)이 함께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선 지금 드시는 약이 체중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약인지부터 주치의와 함께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원인을 알아야 대응 전략도 세울 수 있고, 같은 질환이라도 체중에 미치는 영향이 덜한 다른 약으로 바꿀 여지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항우울제 계열의 부프로피온은 오히려 체중을 줄이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고, 당뇨약 중 GLP-1 계열이나 SGLT2 억제제 역시 체중 감소 효과가 알려진 대표적인 예입니다. 전환이 가능한지는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약이 식욕이나 대사에 얼마간 영향을 주더라도, 칼로리를 덜 먹어야 살이 빠진다는 원칙 자체는 그대로입니다. 다만 같은 노력을 들여도 조금 더 버거울 수 있으니 식사 기록을 평소보다 세밀하게 남기거나 고단백 위주로 포만감을 채우는 전략이 도움이 됩니다. 대사에 영향을 주는 약을 드시는 중이라면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함께 병행해 에너지 소비 쪽에서 보완하는 편이 특히 유효합니다. 본원에 내원하실 때 복용 중인 약 목록을 알려주시면 그 특성을 고려한 감량 전략을 함께 세워드립니다.
정리하면, 특정 약이 체중을 다소 늘리는 것 자체는 사실일 수 있지만 그 폭을 정확히 알고 나면 막연한 불안 대신 구체적인 대응이 가능해집니다. 복용 중인 약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 선택하신 요인인 만큼, 약 자체에 매달려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내가 조절 가능한 식단과 활동량 쪽을 관리해나가는 유연함이 더 낫습니다. 약을 끊는 대신 내 상황에 맞는 감량 전략을 짜는 쪽이 훨씬 안전하고 효과적입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약들을 복용 중이시더라도 체중 감량 자체는 충분히 가능한 목표입니다. 궁금하신 점은 상담 문의로 남겨 주세요.

검토: 한지영 원장 · 아크로한의원 원장 마지막 검토 2026-09-16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건강 상태와 복용 약물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처방 조정은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