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중 라면, 과자 먹어도 괜찮을까요?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가공식품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클린하게 먹지 않으면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라면, 과자, 초콜릿 같은 초가공식품은 다이어트의 가장 큰 적으로 여겨지곤 하죠. 하지만 정말 초가공식품을 먹으면 체중 감량에 실패하게 될까요? 최근 이 질문에 흥미로운 해답을 제시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그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초가공식품, 정확히 무엇을 말할까요?
음식의 가공 정도를 나누는 NOVA 분류를 알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식품을 가공 정도에 따라 총 4단계로 나눕니다.
- 1단계 (비가공·최소 가공 식품): 과일, 채소, 생고기, 계란, 우유처럼 자연 상태에 가깝거나 단순 처리만 거친 식품.
- 2단계 (가공 식재료): 설탕, 소금, 오일 등 요리에 사용되는 재료.
- 3단계 (가공식품): 통조림, 빵, 치즈, 무가당 요거트처럼 원재료의 형태가 어느 정도 남아있는 식품.
- 4단계 (초가공식품): 라면, 과자, 시리얼, 냉동피자, 가공육 등 여러 공정을 거치고 향미 증진제, 감미료 등 첨가물이 들어간 식품.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가 흔히 건강식이라고 생각하는 음식 중에도 3, 4단계 식품이 꽤 많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삶은 달걀은 1단계지만, 시중에서 파는 닭가슴살 제품이나 프로틴바는 성분 분리, 살균, 첨가물 투입 과정을 거치므로 3-4단계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즉, '초가공식품 = 무조건 나쁜 음식'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8주 임상 연구가 밝혀낸 놀라운 결과
최근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매우 잘 설계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같은 참가자가 8주 동안은 최소 가공식품 식단을, 다른 8주 동안은 초가공식품 식단을 따르도록 하여 개인차를 통제했습니다. 두 식단 모두 칼로리와 영양 비율은 동일하게 맞췄고, 초가공식품 역시 영국 건강식 지침에 맞춘 '상대적으로 건강한' 버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놀랍게도 두 식단 모두에서 체중 감량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감량 폭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최소 가공식품 식단에서는 약 2%의 체중이 감소한 반면, 초가공식품 식단에서는 약 1%가 감소했습니다. 감량 효과가 거의 두 배 가까이 차이 난 셈입니다. 칼로리가 같다면 무엇을 먹든 살은 빠지지만, 감량의 '질'에는 차이가 있었던 것입니다.
왜 초가공식품은 식욕 조절을 어렵게 만들까?
두 식단의 가장 큰 차이는 식욕 조절 능력이었습니다. 최소 가공식품 식단을 진행할 때는 단맛과 짠맛에 대한 갈망이 줄고, 음식이 눈앞에 있을 때의 반응도 낮아졌습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하루 평균 약 500kcal를 덜 섭취했습니다. 반면 초가공식품 식단에서는 식욕 조절 지표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고, 자연스럽게 섭취량이 더 많았습니다.
초가공식품은 에너지 밀도가 높고 부드러워 빠르게 많이 먹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포만감은 늦게 오고, 맛있는 맛은 식욕을 계속 자극하죠. 더 나아가, 최근 연구에 따르면 초가공식품 섭취는 뇌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약 3만 명의 뇌 MRI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많을수록 식욕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뇌의 시상하부 구조에 미세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이는 체질량지수(BMI)와는 무관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음식이 뇌의 배고픔 신호를 교란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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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 다이어트 성공의 또 다른 핵심
그런데 이 연구에는 또 다른 반전이 있었습니다. 최소 가공식품 식단에서는 중도 탈락자가 발생했지만, 초가공식품 식단에서는 중도 탈락자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두 식단의 포만감은 비슷했지만, 맛과 풍미는 최소 가공식품 식단이 훨씬 떨어진다고 평가했습니다. 배는 비슷한데 맛은 없고, 준비는 번거로운 점이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해 결국 포기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는 다이어트에서 '지속가능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현실적인 다이어트, 금지가 아닌 '관리'가 정답
진료실에서 보면 "초콜릿, 과자 절대 먹지 마세요"라고 했을 때 오히려 갈망이 커져 폭식으로 이어지거나 다이어트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과거에 두 달 만에 10kg 이상 감량에 성공한 한 환자분은 다이어트 내내 매일 치킨 두 조각을 드셨습니다. 그분께는 치킨을 완전히 끊는 것보다, 두 조각씩 먹으며 욕구를 관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전략이었던 셈입니다.
결론적으로, 다이어트의 핵심은 칼로리 결핍입니다. 초가공식품을 먹는다고 무조건 살이 찌는 것이 아니라, 총섭취 칼로리가 줄면 체중은 빠집니다.
다만, 식욕 조절과 안정적인 감량을 위해서는 식단의 중심을 최소 가공식품으로 구성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여기에 때때로 초가공식품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식단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장기적으로 다이어트를 이어갈 힘을 얻는 것이 현명합니다. '절대 안 돼'라는 극단적인 규칙보다는 '이 정도는 괜찮아'라는 유연한 태도가 성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위 유튜브 영상의 핵심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임주혁 원장 · 아크로한의원 · 마지막 검토 2026-09-16
